답답하다. 주변에 흥미로운 인물도 드물고, 한국에서 사는 것은 참 고만고만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비슷비슷한 관심거리로 좀 다른 까페를 가입해봐도 결국은 올라오는 얘기들은 부동산과 돈 얘기, 아이 사교육얘기, 명품화장품과 가방 얘기, 연예인 뒷담화가 90%이상인듯 하다. 기혼자가 많은 까페라면 시댁과의 갈등도 종종 올라오고, 요즘 들어선 정치적인 얘기도 종종 올라오지만, 깊이도 없고 다양성도 없다.
주변에 멋지다 라고 느낄만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삶에 활력이 되고 자극이 되고 나도 저렇게 해볼까 하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에 올라온지 벌써 3년째, 전주에 두고온 친구들은 나보다 더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을 살 것 같지만, 서울에 산다고 해서 멋진 사람들이짜잔 하고 나타나는것은 아닌거다.
뭔가에 열정을 가지고 미쳐있는 사람들이 없다. 다들 먹고 사는 문제에 99% 올인하는 것 같은데 왜 경제는 계속 나빠진다고, 살 맛 안 난다고만 야단일까. 왜 다들 잘 먹고 잘 사는 직장을 잡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면서, 자기 일에 행복해하고 보람을 느끼며 즐겁다는 사람은 찾기가 힘든것일까.
내가 사는 것도, 다른사람들이 사는 것도, 모두가 그저 너무나 플레인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고, 그것에 대해 얘길 할 때 입에 침이 마르지 않게 말할 수 있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내 가슴도 덩달아 뛰는 그런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겉으로 열정적으로 보이지 않고, 그저 심드렁하게 한마디 툭 던져도 그 안에 담긴 깊이와 애정이 느껴지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디씨를 좋아한다. 디씨 각 갤러리를 돌아다니다보면, 물론 많은 경우 찌질이들이 상주하고 있어 그저 쌈을 위한 쌈만 거는 경우도 많지만, 각 분야에서 전문가도 따라오지 못할만큼의 숨은 실력의 내공을 가진 고수들이 많아 배우는 것도 많고 자극도 많이 된다. 사실 오덕후니 병신올림픽이니 뭐니 하고 놀리지만, 디씨만큼 솔직하고 생동감있는데가 없는 듯 하다.
숫자상으로는 OECD가입국에 국민총생산 몇 위인 선진국인데, 아직도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해있다.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층이 피부로 느끼는 먹고사는 문제랄지, 의료나 자식교육에 대한 보장이 안되어 있으니 그러는 거다. 어느 정도 빵이 커졌으면 빵을 나눠먹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빵을 키우겠다는 사람들과, 빵이 커져도 내게는 돌아오지 않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자꾸 되풀이 되고 있으니 무슨 얼어죽을 놈의 취미고 문화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문화가 없다. 물론 전통적인 의미의 문화는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는 없는 듯 하다. 홍대앞의 인디밴드 클럽이니 뭐니 하는 것들도 부비부비하는 피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사람들의 기호를 맞춰 돈 벌려는 사람들로 이미 다 죽어버리고.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다. 명품, 성형중독,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 등등. 이 비정상적인 열풍들이 뭔가 결핍되어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관심도 없는 연예인 가쉽 아니면, 하루하루 한숨만 나오는 퇴보하는 이 나라의 정책에 대한 뉴스만 나오고, 참 한국에서 사는 것이 피곤하고 재미가 없다. 조금만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면 금세 아무것도 아닌 수준인데도 열렬한 매니아 취급 당하는 것도 피곤하고. 그 소수의 사람들이 모인 곳은 점점 더 자기들만의 공감대로 폐쇄적이 되어가고 지나치게 진지해지고. 여러모로 답답하고 좌절스럽다.
아아아아아아. 생각보다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공부하는게 피곤하고. 그래도 다른사람의 주위보다는 내 주위에 멋지고 자랑하고 싶고 평생 옆에 두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은것 같지만. 요즘은 피아노 치는것 외에는 삶의 낙이 없다. 자기전에 피아노 한 시간씩 치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다.